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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컴퍼니 민금채 대표 - 대체육, 지구인은 언리밋 하다

현재 대체육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처음에 개발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대체육 회사들이, 특히 해외 회사들은 햄버거 패티를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대체육 회사들 사이에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경쟁력 있는 패티를 만드는 게 대체육 회사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척도였다. 그런데 미국이야 햄버거가 주식에 가깝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햄버거를 많이 먹지도 않는데 왜 패티를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국내산 농산물을 바탕으로 대체육을 만들려고 하는데 한국 사람이 제일 많이 먹는 걸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고기 슬라이스를 먼저 개발했고, 그렇게 우리만의 정체성을 제품에 녹이려고 했다. 대기업이나, 잘 나가는 회사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 사업을 하려고 했던 목적에 맞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추구했던 게 유효했던 것 같다.

정체성에 집중한 것이 차이를 만들어낸 것인가?

소비자에게 우리가 대체육을 왜 개발했는지, 왜 슬라이스를 먼저 개발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굉장히 많이 했다. SNS 등의 홍보 채널을 통해서 통상적으로 한 게 아니라 마트에서 시식 행사하면서, 박람회를 비롯해 여러 강연을 다니면서 지속적으로 의도를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지구인컴퍼니가 돈 되는 상품을 만들어서 싸게 많이 파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회사는 아니구나, 한국의 식품 회사로서 정체성을 가져가려고 노력하는구나 하는 인식이 생겼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대체육 시장에 국내 굴지의 식품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지구인컴퍼니에는 또 한 번의 도전일 것 같다.

대기업들이 국내 유통 채널들을 갖고 있다 보니 그동안 무수히 많은 대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우리 제품을 판촉했었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때는 이 시장이 돈이 될지에 대해서 판단이 서지 않았던 것 같다. 올해 들어 여러 대기업이 뛰어들기 시작하더라. 우리는 그사이 원천 기술을 많이 확보해 놨다. 지금 대기업들의 방식은 원료를 사 와서 소스로 맛을 내는 방식이다. 그게 가장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대체육의 성패는 소스 맛에 있는 게 아니다. 조직감, 식감, 힘줄, 근육, 지방 이런 게 구현된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제육볶음 소스를 묻힌다고 그 제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차돌박이를 개발하고 있고, 내후년에는 갈비가 나올 것이다. 원천 기술에 있어서 한참 앞서 있고, 따라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작년 1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했었다. 한 100명 정도 참석했는데, 그중에 임파서블의 개발자도 있었다. 그 사람이 우리 고기를 먹어보고, 이런 슬라이스 형태를 처음 봤다면서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었는지 놀라더라. 임파서블이 패티를 개발하는 데 5년이 걸렸고, 이제 2.0버전이 나오니까 대략 7년이 걸린 건데 어떻게 너희 같은 작은 나라의 스타트업에서 2년 만에 이런 제품을 개발했냐고, 너무 신기하고 맛있다고 하더라.

스타트업을 꿈꾸는 북저널리즘 독자를 위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초창기 못생긴 농산물 사업을 할 때 자부심을 느꼈던 부분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문제를 제시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움직이고, 변화가 일어나는 데 내가 일종의 씨앗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무도 대체육 사업을 하지 않을 때, 환경에 대해 얘기하면 와닿지 않는다고 하고, 일단 음식은 맛있어야지, 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많은 분이 우리를 찾아와서 대체육과 환경에 대해 물어본다. 스타트업을 한다는 건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지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진짜 너무 힘들긴 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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