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78명을 인터뷰해 불안이라는 공통 정서를 발견했다. 서른이 유독 불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이 기대했던 삶과 현재의 삶이 다르다고 느껴서다. 서른은 성장기를 지나 독립된 인격으로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시기인데, 인터뷰하며 만난 30대들은 대부분 자신의 기대와 현실 사이 격차가 크다고 느끼더라. 극복은 해야겠는데 어떻게 할지 막막하고, 막막함이 불안을 부채질한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국 사회의 서른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가 불안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딜레마인가?
이전 세대와 비교해 삶의 기회가 적다. 도전할 기회가 적다는 뜻이다. 이전 세대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지금 세대보다 어렵지 않았고, 노력이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공정함’에 민감하다.
맞다. 공정과 관련된 이슈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첫 세대가 지금의 30대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IMF 외환 위기 시절에 사춘기를 보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스펙 쌓고 자기 계발하며 취업 준비에 매진했다. 늘 허덕이며 살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길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불안함이 차별과 불공정에 대한 민감함이 됐다.
몇 년 전 20, 30대 사이에는 ‘수저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수저론은 한국 사회의 ‘계급 세습론’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언어다. 인터뷰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삶의 기회가 제한적인데 이마저도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에 진심으로 분노했다.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는 30대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세대 간, 계층 간 장벽이 이들에게 어떤 상처가 됐는지를 잘 보여 준다.
‘불안’의 단계를 지나면 ‘분노’가 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소외되는 경험을 한 30대가 분노 단계에 접어든다. 상대적으로 학벌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지 않은 청년들에게서 더 두드러진다.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수저’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노력도 특정 계층에게나 의미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힘으로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우리가 현재 ‘계층 세습 사회’에 살고 있음이 체감된다. 불안은 좌절로 드러날 수밖에 없고 좌절은 분노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서른이 살아갈 동력이나 희망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 구조적 해결책과 개인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어떤 삶을 살든 기본적인 생존은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개인은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타인의 시선이나 외부적 욕망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써야 한다. 힘들 때 홀로 버티지 말고 위로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거나, 연대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