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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브런치 김키미 브랜드 마케터 - 나는 브랜더다

카카오 브런치 마케터가 되기까지 독특한 커리어를 거쳤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을 안 갔고, 일단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16년 차가 됐더라. 직장을 처음 가진 건 스물두 살 때였다. 직원이 2명인 오픈마켓 판매자 쇼핑몰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다음 회사는 직원이 7~8명인 쇼핑몰이었다. MD로 일했다. 몇 년 일하다 보니 이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더라. 회사를 그만두고 놀았다. (웃음) IT업계로 온 건 2010년이었다. 돈이 떨어져서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냈는데, 첫 번째로 연락 온 회사가 웹 에이전시였다. MD로 일하면서 편집 몰의 관리자 페이지를 써봤던 경험이 있어서 바로 웹 기획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6년 티스토리 서비스 기획자로 카카오에 입사했고 브런치 팀에 마케터로 합류한 건 2018년이다. 그때 직업 전환을 한 거다.

일하면서 진짜 원하는 일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고민했나?

카카오로 이직하고 나서 안정적인 환경에서 직접 프로덕트를 기획하는 걸 경험하고 나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생기더라. 기획자로 일한 지 7년 차 됐을 때였다. 계속 기획자로 일하면 미래에 뭐가 될지 떠올렸다. PM 혹은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될 텐데, 내가 그걸 원하는지, 잘하는지 고민했다. 기획자로 좁게 들어가기보다 다른 영역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늘 브랜딩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변하지 않는 것, 철학에 관심이 있고 답이 수학적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영역이 더 재밌다. 그래서 회사에 요청했다. 같은 팀에 있던 브런치가 마침 오픈한 지 3년 차였고, 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옮기게 됐다.

스스로를 ‘브랜더’라고 정의한다. 브랜딩은 어떤 일인가?

마케팅은 내 입으로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 말하는 거라면,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는 거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인식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지금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합류했을 때 론칭 3년 차였던 브런치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발견하고, 앞으로 어떻게 인식되어야 할지 디자인해서 그걸 위한 작업을 해왔다.

어떤 방식으로 고민하면 좋을까.

나는 내가 가진 키워드를 쭉 나열해 봤다. 성별, 나이 등등을 포함한 모든 키워드 중에서 남에게 ‘당신은 이런 사람이군요’라고 듣고 싶은 정체성을 찾았다. 비슷한 키워드끼리 묶어 보고, 거기에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한 줄로 정의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여러 자아를 가진 나 중에서 한 가지를 대표로 꺼내놓을 수 있다. ‘김키미는 브랜딩 하나는 잘하지’라는 걸 먼저 각인시키고 나면, 거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요리나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한다는 면도 알아 간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키워드를 어필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대표 키워드를 선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결국 일을 주도해서 하는 게 중요하겠다.

그걸 나는 ‘내가 나를 고용했다’는 마인드로 일하는 거라고 표현한다.

최근 출간한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에서 ‘장인 정신과 상인 정신의 비율을 잘 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눈에 띄더라.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지, 브랜드가 되고 싶은 건지 고민해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읽혔다.

맞다. 팔로워 숫자보다 팔로워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에게 나는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지, 앞으로 뭘 보여 주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SNS의 순기능을 활용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삶에 관심이 있다면 비슷하게 사는 사람을 팔로한다. 내 삶 중에서도 그런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사람들과 연결될 거다. 나는 일에서도 누구와 어울리게 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브런치에서 일하면 작가님, 출판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그 사회에 속하는 게 나에겐 도움이 될 거라고 봤다.